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섰는데,
얼굴이 하얗고 주먹만한 꼬마애가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무척 신이 난 모양이었다.
나한테 무언가 말을 했나 하고 이어폰을 뺐더니 한다는 말이,
"어디갔다 왔게요?"
바로 앞 SUV에서 내린 그애인가 보다.
학교 갔다왔냐고 하니 아니란다. 몇살이냐고 물어보니 6살.
그래서 놀이방? 했더니 그것도 아니라는데.
못맞추고 뭐냐고 물어봤더니 피아노 학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피아노 학원이 얼마나 재밌길래.. 여튼 무지 즐거운 것 같았다.
난 여섯살인가 일곱살 때 너무 다니기 싫어서 반년만에 그만둔 기억이..
다닌지 얼마나 됐는지 물어보니 몇일 밖에 되지 않았다고.
새로운 경험에 흥분한 모양이다.
내가 애들을 좋아하거나 잘 다루는 편도 아니고,
이쁘게 생긴 경우에 귀여워해주려고 해도 대체로 애들이 나를 안좋아하는 편인데
이 아이는 정말 붙임성이 좋은 것 같다.
아니면 너무너무 신나서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18층이네요. 우리 할머니도 18층인데. 이런 말도 했다.
그래, 어디 사시는데? 하고 대꾸하는데 자연스런 꼬마애에 비해 나는 왜이리 어색한지.
그 밝은 톤에 맞춰서 대화하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연극하는 기분이랄까.
신기하기도하고 부럽기도 하고
여튼 그 기쁨과 에너지가 전달되어 기분이 좋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