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데 날씨는 여전히 춥고 꽃도 안보이고.
꽃구경 하고 싶어서 에버랜드 갔다. 튤립 축제를 한다길래.
간김에 사파리도 해보기로(타보기로?) 했다. 말만 들어봤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요즘 초식 사파리가 새로 나왔다고 광고도 하고 해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름 일찍 가서 아홉시 반에 줄을 서기 시작, 한시간만에 들어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호랑이, 사자, 곰, 낙타, 코끼리, 기린...
큰 동물을 가까이서 보니까 신기했다.
그런데 마음 한켠의 찜찜함이랄까. 그런 것이 있었다.
진짜 사파리의 의미처럼 야생에 사는 동물을 구경하러 간 것이 아니고 동물원에서 사육하고 전시해놓은 동물을 차를 타고 구경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리가 혼자 덩그러니 있는 코끼리도 불쌍하고 건빵 먹겠다고 쇼를 하는 곰도 애처롭고.
나와서 동물원을 둘러보는데 새끼 원숭이가 혼자 인형을 안고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인형을 엄마인줄 알고 달라붙어있던 교과서에 나온 원숭이가 생각나서 더 슬퍼졌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에서 사는 것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사파리 앞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포시즌가든에 가서 튤립을 구경했다. 예쁘긴한데 한바퀴 돌고나니 춥기도하고 더 볼것도 없었다.
꽃구경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구나.
회전목마를 타고 점심을 먹었다. 어디건 한시간 줄은 기본이다. (밥먹는것도 말이다)
물개쇼를 보러갔다가 엄청난 줄에 놀라서 피터팬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나가다가 퍼레이드에 길이 막혀서 구경했는데, 갑자기 꼭대기의 사람이 쑥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저 높이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는데 보고 있자니 무서웠다. 무언가 안전장치가 있긴 하겠지만.
비가 살짝 오기도 하고 조금 춥기도 했지만 축제 분위기에 둘러쌓여 있는 것이 나름 즐겁기도 했다.
오후가 되니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좀 힘들었다.
피곤해지면 누워서 쉴 수 있는 캐리비안베이가 그리워졌다.